7월과 8월, 휴가철이 되면 이런 공지를 받는 분들이 많아요.
“8월 첫째 주는 전사 여름휴가입니다. 연차에서 일괄 차감됩니다.”
어떤 회사는 여름휴가를 따로 주고, 어떤 회사는 연차에서 깎아요. 똑같이 일주일을 쉬는데 누구는 연차가 그대로 남고, 누구는 5일이 사라지는 거죠. 회사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조건이 맞으면 합법이고 조건이 빠지면 무효예요. 그 조건이 뭔지, 내 회사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하나씩 정리해볼게요.
여름휴가는 법정휴가가 아니에요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여름휴가”라는 휴가는 없어요.
| 구분 | 근거 | 예시 |
|---|---|---|
| 법정휴가 | 법률로 보장 | 연차유급휴가, 출산전후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
| 약정휴가 | 취업규칙·단체협약으로 회사가 정함 | 여름휴가(하계휴가), 경조사휴가, 창립기념일 휴무 |
여름휴가는 약정휴가예요. 법이 강제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규정을 두면 그때 부여 의무가 생기는 휴가죠. 그래서 여름휴가가 아예 없는 회사도 법 위반은 아니에요.
문제는 여기서 갈려요. 회사에 여름휴가 규정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처리한다고 되어 있는지에 따라 연차 차감의 합법 여부가 달라져요.
케이스 1 — 취업규칙에 유급 여름휴가가 따로 있는 경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하계휴가 3일을 유급으로 부여한다” 같은 규정이 있다면, 여름휴가는 연차와 별개의 휴가예요.
이 경우 회사는 규정대로 유급 여름휴가를 줘야 하고, 그 날짜를 연차에서 차감할 수 없어요. 이미 취업규칙에 여름휴가로 특정된 날은 뒤에서 설명할 연차 대체의 대상도 될 수 없고요.
먼저 회사 취업규칙부터 확인해보세요.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 작성·신고 의무가 있고, 근로자가 볼 수 있게 비치해야 해요.
케이스 2 — 규정이 없고, 내가 연차를 써서 가는 경우
취업규칙에 여름휴가 규정이 없는 회사라면, 여름에 쉬려면 본인 연차를 쓰는 게 기본이에요. 이건 내가 내 연차를 원하는 시기에 쓰는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어요. 연차는 원래 근로자가 청구하는 시기에 주는 게 원칙이거든요.
내 연차가 며칠 남았는지 헷갈린다면 연차 계산기로 입사일 기준 연차 개수를 먼저 확인해보세요. 연차 계산법 가이드에서 입사일 기준·회계연도 기준 차이도 정리해뒀어요.
케이스 3 — 회사가 일방적으로 “전사 휴무 = 연차 차감”이라고 하는 경우
여기가 핵심이에요. 회사가 특정 기간을 정해놓고 전 직원의 연차를 일괄 차감하려면, 근로기준법 제62조의 연차유급휴가 대체 요건을 갖춰야 해요.
근로기준법 제62조(유급휴가의 대체)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
요건을 뜯어보면 이래요.
| 요건 | 내용 |
|---|---|
| 근로자대표와 합의 |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그 노조,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 |
| 서면 합의 | 반드시 서면. 구두 합의나 공지만으로는 무효 |
| 특정한 근로일 | 원래 일하는 날이어야 함. 공휴일·기존 휴일은 대체 불가 |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지면, 개별 직원이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합의는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돼요. 즉 적법한 서면합의가 있는 회사의 “전사 여름휴가 연차 차감”은 합법이에요.
반대로 이런 경우는 무효예요.
- 서면합의 없이 사내 공지·이메일로만 통보한 경우
- 취업규칙에만 “여름휴가는 연차로 대체한다”고 적어둔 경우 (취업규칙 규정만으로는 안 되고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별도로 필요해요)
- 근로자대표 선출에 회사가 개입했거나, 인사팀장 같은 관리감독자가 대표로 합의한 경우
무효라면 차감된 연차는 그대로 살아 있는 거예요. 회사가 돌려주지 않으면 그만큼 미사용 연차수당으로 청구할 수 있어요.
공휴일에 연차 차감은 아예 불법이에요
예전에는 광복절·추석 같은 공휴일을 쉬면서 연차에서 차감하는 회사가 꽤 있었어요. 지금은 안 돼요.
2022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은 관공서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해요(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공휴일은 이제 법정 유급휴일이라 애초에 “근로일”이 아니고, 제62조의 연차 대체는 근로일에만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광복절 같은 공휴일이나 대체공휴일에 회사가 연차를 차감한다면 그건 서면합의가 있어도 위법이에요. 공휴일에 일을 시켜야 하는 회사라면 연차 차감이 아니라 근로자대표 서면합의로 다른 근로일을 유급휴일로 주는 휴일대체를 해야 하고요.
무급으로 쉬라고 하면 휴업수당 문제예요
또 하나 흔한 사례가 있어요. 공장이나 사무실 전체가 여름에 문을 닫으면서 “이 기간은 무급휴가”라고 하는 경우요.
근로자가 원해서 쉬는 게 아니라 회사 사정으로 쉬는 거라면 이건 사용자 귀책사유에 의한 휴업이에요.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회사는 휴업 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해요. 일방적인 무급 처리는 위법이에요.
물론 내가 스스로 무급휴가를 신청해서 쉬는 건 자유예요. 포인트는 “누가 원해서 쉬는가”예요.
휴가비는 법정 의무가 아니에요
여름휴가철에 휴가비를 주는 회사도 있죠. 아쉽지만 휴가비는 법에 규정이 없어요. 여름휴가 자체가 약정휴가인 것처럼, 휴가비도 취업규칙·단체협약·근로계약에 규정이 있어야 청구할 수 있어요.
다만 규정이 있는데도 안 주면 그건 임금체불이에요. 취업규칙에 “하계휴가비 ○○만원 지급”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상황별 대응 방법 정리
- 취업규칙 확인 — 여름휴가 규정이 있는지, 유급인지, 연차 대체 조항이 있는지 확인
- 서면합의 존재 확인 — 연차 대체를 한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실제로 있는지 회사에 요청해서 확인 (합의서 열람을 요구할 수 있어요)
- 무효라면 정정 요구 — 서면합의가 없으면 연차 차감 철회를 요구하고, 차감된 연차의 복구 또는 수당 지급을 요청
- 안 되면 노동청 진정 —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이나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 미사용 연차수당은 3년의 소멸시효가 있으니 퇴사 후에도 청구 가능해요
회사가 연차 사용을 유도하는 절차로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제62조 대체와는 별개 제도예요. 촉진제도도 서면 통지 절차를 안 지키면 수당 지급 의무가 그대로 남아요.
정리하면
- 여름휴가는 법정휴가가 아닌 약정휴가 — 취업규칙·단체협약 규정에 따라요
- 취업규칙에 유급 여름휴가가 따로 있으면 연차 차감 불가
- 전사 휴무를 연차로 차감하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근로기준법 제62조)가 필수 — 일방 공지는 무효
- 공휴일 연차 차감은 불법 — 2022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 공휴일은 유급휴일
- 회사 사정으로 무급 휴무 강요 시 휴업수당 70% 청구 가능
- 무효인 차감은 연차 복구 또는 미사용 연차수당으로 청구 — 소멸시효 3년
쉬는 것도 권리를 알아야 제대로 쉴 수 있어요. 휴가 다녀와서 연차 내역이 이상하게 줄었다면, 이 글의 순서대로 확인해보세요.